|
|
 | |  |
|
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작자 또는 저작권위탁관리업체에 있습니다.
위 작품이미지는
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우편으로 보낸 도록(책자)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
|
 |
|
 |
| |
전 시 |
선의 흐름과 푸른색으로 환원된 심상의 山 |
| |
일 시 |
2004.05.24.월~2004.05.29.토 |
| |
평론글 |
山을 예찬함 가야산, 팔공산, 매화산... 허용 화백의 그림 제목은 참으... |
| |
|
山을 예찬함 가야산, 팔공산, 매화산... 허용 화백의 그림 제목은 참으로 무수한 영남지방의 산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지막하고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구릉지들이 가로로 긴 화면 위에 장대히 펼쳐져 있다. 작가는 지칠 줄 모르는 우직할 정도의 열정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산 풍광들을 꾸준히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산을 테마로 한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자연에 대한 성찰과 산의 예찬을 흔연히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왜 이렇게 끈기있게 산을 탐색하는 것일까? 세잔느(Cezanne)는 인간이 소유한 모든 것이 자연으로부터 오며, 또 인간은 자연을 통해 존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산을 집요하게 탐색한 끝에 순수한 추상적 질서인 표상적 구도를 발견했다. 허용 화백 역시 화가는 자연이라는 완벽한 예술작품에 순응해야 한다는 의식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그는 묵묵히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산의 사실적 묘사를 뛰어넘어 선과 색채 간의 상호 호완성에 의한 질서감각으로 충만한 화면을 창조하고, 그 안에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자연의 리듬을 표현한다. 부드럽게 중첩된 산들이 형성하는,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리듬감각은 은은하게 산의 정기를 발산하면서 청명함(serenity)마저 감돌게 한다. 나지막한 능선들의 율동감과, 그들을 가로지르며 화면 전체를 포용하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질서정연한 유려한 선들의 물결은 겸허히 자연에 순응하는 작가의 심성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선이 또 다른 선을 부르며 산 형태의 덩어리를 어루만지고, 또한 이들은 중첩된 산들과 먼 창공 사이의 경계를 허물면서 인간 위에 군림하지 않으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산의 고고함을 보여준다. 지고한 시간의 흐름 안에 동화된 구릉으로만 구성된 험준하지 않는 산맥만이 이러한 평화로운 장관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렇듯 자연에 대한 외경심의 예찬으로, 신비스럽고 고요한 산의 조곡(suite)을 화면 위에 울려 퍼지게 한다.
푸른빛 울림의 변주 허용 화백의 산을 테마로 한 연작에 드러난 푸른색은 명상에 잠기게 하는 모노톤에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은 밝은 청회색에서 어두운 프러시언 불루(prussian bleu)에 이르는 다양한 뉘앙스를 가진 정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한 푸른색의 변주이다. 푸른색은 관람자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질서정연한 차분함을 그의 화면에 깔아준다. 한 편으로 파란 색감은 예술에서 정신성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 푸르름이 깊어질수록 우리를 무한함과 순수함으로 이끌며, 궁극적으로는 초감각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일깨운다고 했던 칸딘스키(Kandinsky)의 생각이 그 안에 구현되어 있는 듯도 하다. 작가의 화면에 나타난 푸른색은 결코 차갑거나 슬픔의 느낌을 환기시키지 않으며, 마치 영원한 우리의 안식처와 같은 포근함을 자아낸다. 이 점은 가로로 확장된 화면이 가져오는 안정감과 어우러져 더욱 안온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화면이 발산하는 푸른빛 기운은 산이라는 가시적인 실체에서 반사되는 빛이라기보다는 산 그 자체가 빛으로 순화되어 표현된 정기이다. 비물질적인 차원으로 승화한 그의 회화는 정신의 심연으로 점점 더 다가가고 있고, 스스로 숨쉬고 있는 듯한 색채감각으로부터 유출되는 이러한 정신성은 우리를 명상과 관조의 세계로 인도한다. 푸르스름한 산의 정기는 땅거미가 질 무렵 대기의 무게를 발산하고 있다. 우리는 이 순간 유일하게 실체가 없는 대기의 무게를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빛에서 어두움으로의 전이의 순간을 표현하는 불어 단어인 '개와 늑대 사이'(entre chien et loup)는 가시적인 세계로부터 내면 세계로의 침잠을 의미한다. 또한 문명과 야생의 경계선 상에서 개와 늑대의 모습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상태는 더 이상 물질의 세계가 아님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야생은 인위적이지 않은 순수함의 표상으로 간주될 수 있고, 이 세계로의 몰입이 진행되는 순간은 영원으로 느껴질 수 있다. 자연과 일체가 되는 이 초월적 시간경험을 작가는 푸른빛의 변주로 울려 펴지게 한다.
산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 자연이라는 물질적 요소를 초월하여 사실로부터 심상의 풍경을 담아내는 사의(事意)적인 그림으로 옮겨간 작가의 변모된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이는 머리 속의 관념이 아닌 눈을 통한 현실과의 직접적인 대면의 결과로 나타난 사유의 흔적이다. 즉, 메를로-퐁티(Merleau-Ponty)가 관념적 지식이 아닌 직접적 체험에 의해서 현상계의 본질을 탐구하고 규명할 것을 촉구한 사실에 부합하는 작업 태도라 볼 수 있다. 꾸준하고 일관된 성실함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해 온 작가가 오랜 세월 동안의 사유과정을 통해서 이제 달관한 시선으로 가변성을 본질로 하는 현상계에서 어떤 항구적인 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작가는 화면에서 명상적인 비젼을 새롭게 창조함으로써 불변하는 산의 정기를 화면 안에 담아내며, 그 안에 영혼의 공명을 지속시키고 있다. |
|
| |
전시개요 |
이번 전시에서 허용은 그가 오랜 시간 실제로 관찰하고 집요하게 탐구... |
| |
|
|
이번 전시에서 허용은 그가 오랜 시간 실제로 관찰하고 집요하게 탐구한 자연의 변화무쌍함과 아름다움을 단색조의 절제된 푸른색과 선의 흐름으로 요약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유연하면서도 힘찬 붓놀림으로 형성된 화면은 분명히 산이라는 자연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선과 색채의 상호연관성에 의해 화면 위에 펼쳐지는 조형성 자체를 표현하기도 하다. 선의 리듬은 장엄한 산을 감싸고 있는 정기를 화면 안에 담아내며, 그 안에서 공명을 지속시키고 있다. 이를 통하여 자연이라는 물질적 요소를 초월하여 사실로부터 심상의 풍경을 담아내는 사의(事意)적인 그림으로 옮겨간 작가의 변모된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화면에서 명상적인 비젼을 나름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작가는 자연 그대로의 세계가 아닌 내면의 소리와 감성으로 감지한 자연을 진지하고 평화로운 질서로 나타내고 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