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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에서 홍보를 위해
우편으로 보낸 도록(책자)을 재가공하여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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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4.05.10.월~2004.05.15.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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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글 |
공간을 가르는 유려한 선 공간에서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원숙은 마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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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가르는 유려한 선 공간에서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원숙은 마치 드로잉하듯 유려한 선(線)으로 조각을 한다. 덩어리로 공간을 부동적으로 점유하지 않고 흐르는 듯한 선에 의해 나타나는 유기적인 형상은 공간을 가르는 물체인 동시에 그 자체가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역설적인 존재이다. 유려한 곡선의 흐름이 작가의 예민한 감각이 발견한 유연한 형태의 오브제와 결합하면서, 하나의 선이 또 다른 선을 부르는 효과를 창출하고, 공간에서 자유로이 관람자의 시각적 움직임과 상상력을 유도한다. 작가는 이러한 선의 흐름을 ‘공간에서의 드로잉’(spatial drawing)으로 본다. 마치 봄 날 꽃 위로 리드미컬하게 춤추는 벌이나 나비가 공간에 궤적을 그리듯이, 작가는 금속으로 가벼운 흐름을 표현한다. 이를 금속의 비물질화라고 부를 수 있는데, 본질적으로 단단한 금속의 물질적 속성이 비물질적인 서정성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작가가 추구하는 탈물질주의와 부드러움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약간의 열이나 손과의 접촉에 의해서 금속의 단단함은 속절없이 녹아버리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고 늘어나는 선의 유희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이원숙의 작품은 조각의 본성이 정태적이란 사실을 거부한다. 선의 흐름이란 양상 위에 주물로 떠내거나 엷은 청동판을 오려 만든 꽃 형상들이 차례로 살포시 접목되면서, 움직임을 통해서 전개되는 시간의 흐름이 나타낸다. 그의 조각에서 유출되는 리듬감은 관람자의 몸이나 시선의 움직임과 아우러지면서 조각과 공간의 조화에서 음악이 흐르고 무용이 전개될 것 같은 공감각(synesthesia)을 유발한다. 흐름 속에서 한 순간 멈춰져 있는 듯한 독특한 형상과 주변 공간의 조화를 통해서 움직임과 변이의 은유가 생성되고 있다.
시간과 퇴색의 흐름 안에 녹아나는 서정 이원숙의 브론즈 조각이 발산하는 푸르스름한, 그 심도를 측량할 길 없는 녹색의 바리에이션(variation) 효과는 그것을 얻기 위해 무수한 실험을 한 작가의 노력의 결과이다. 브론즈 표면의 코팅을 염산으로 한번 씻은 후 방치하면 자연스레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서 엘로우 그린색(yellow green)이 나오고, 염산을 여러 차례 덧칠해서 부식시킨 후 수분이 채 가시기 전에 암모니아 액체를 넣은 밀폐된 공간에 두면 짙은 청록색이 나온다. 이러한 부식 진행 과정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표면 색 효과를 창출해내기 위해서 이 시간의 흐름을 절묘하게 이용할 줄 안다. 너무 일러도, 너무 늦어도 안 되는, 적절한 순간을 포착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로지 작가의 직관만이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게 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시간의 산물임을 이 조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비스듬히 구부러진 옛날 촛대는 그리움으로 늘어나 버린 여인의 가녀린 긴 목선을 연상시킨다. 하늘을 향한 촛대의 뾰족한 심지 위로 일구월심(日久月?) 님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정염이 함축되어 있다. 추억으로의 여정은 우리가 결코 실제로 되돌아갈 수 없는 데서 나오는 그리움이라는 서정의 양상으로만 존재하기에 더욱 애틋한 것이다. 그리움을 공간에서의 서정시로 환원시킨 작가의 감수성은 관람자의 감성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섬세하고도 소박한 여인의 심성만이 이러한 감성을 표출시킬 것이다.
여름 동화(童話) 작가는 시골에서 보낸 유년기의 추억으로부터 서정적 이미지들을 추출해낸다. 그가 뛰어다니던 야산에서 하나씩 채취하던 이름 없는 들꽃에 묻어난 정겨움과 한 여름날 개울에서 함께 헤엄치던 작은 물고기들이 작품에서 하나의 연결된 형상으로 모여 있다. 꽃잎으로부터 이어지는 곡선상의 연장에 놓인 익살스러운 모양의 물고기는 공기를 가르는 물방울을 내뿜는다. 어린이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천진난만함이 베어 나오면서 유년기의 즐거움과 동화 속 환상이 새로이 펼쳐진다. 작가는 이 편안한 유년기를 언제나 기억하면서 창조의 샘이 마르지 않게 한다. 그 안에서 상상의 나래가 무한히 펼쳐지고, 작은 일상의 지평을 뛰어넘어 서정시와 회화적 조각을 추구하는 작가의 꿈이 구현된다. 나무로 조각된 초승달 위로, 청동으로 만든, 여름 뙤약볕에 바랜 꽃 잎 하나가 꽂혀있는 모습에서 고즈녁함과 청초함마저 느낄 수 있다. 옛 정취를 담은 골동품 고유의 조형성과 아우러지는 선은 청동 주물로 떠낸 연뿌리, 꽃잎과 결합하여, 골동품과 조각의 접목을 시도하는 작가의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이원숙은 나무 결 자체의 아름다움을 존중하고, 철재, 청동 등 여러 재료를 다루는 방법과 서정성 사이에서 호감이 가는 친화력을 발견하며, 그 안에서 자연과 정제의 정수를 찾고 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자연 이미지의 운치는 예술가, 자연 그리고 삶의 동화(同化)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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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 작은 일상에 대한 그리움
나는 작업에서 음(蔭)의 공간, 즉 비어 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소재의 수용과 마티에르 효과를 찾고 있다. 내 작업은 캔버스 위에 붓으로 드로잉 하듯 공간에 선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를 통해서 'Drawing in Space'의 조각개념으로 변모한다.
철재 혹은 스테인레스 스틸 판재에서 여러 개의 형상을 절단하고 그것들을 다시 용접해서 재결합하여 공간에서 하나의 형상을 나타낸다. 이 형상들은 꽃이나 태양 등의 이미지를 단순화한 자연의 모티브, 혹은 여체의 실루엣으로부터 추출된 것이다. 절단된 여러 형상의 면과 선은 교차되어 다양한 각도로 어긋나면서 새로운 공간이 형성된다. 선들이 교차되면서 음의 공간으로, 면과 선의 모이는 부분은 양의 공간이 되면서 음과 양의 공간이 서로 아우러지는 볼륨의 세계가 나타난다. 이처럼 면과 선의 교차로 이루어진 나의 작품은 여러 개의 형상이 순차적으로 접합되면서 각도와 시점의 다양함을 보여주고 그 안에 시간성의 개념도 함축되어 있다. 또한 나의 작업은 골동품을 이용하여 옛 것의 낡은 이미지를 통해 사라진 일상의 소박하고 아련한 추억 이미지를 표현한다. 작지만 소중한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순간적이고 덧없다. 나는 나무, 청동과 철, 또한 골동품인 촛대나 호롱불대 등을 이용하여 추억과 그리움을 시각화한다.
공간에서의 드로잉, Drawing in Space의 욕구는 일련의 작업에서 좀 더 여성스럽고 서술적으로 묘사된다. 청동을 꽃잎모양으로 따내어 용접하고 신비한 푸른색을 띄게 부식시켜 생명력이 있으면서도 빛바랜 추억을 시각화한다. 골동품 촛대는 기다림과 외로움을 상징하고 있으며 푸르스름한 색을 띠게 부식시켜 꽃잎과 함께 시각적인 통일성을 이룬다. 꽃과 잎새, 물고기, 달, 그리고 촛대로 이어지는 추억을 향한 아련함과 애틋한 여정이 구체화된다. 레테의 강을 건너고 싶은, 그러나 결코 그곳에 도달할 수 없을 간절한 바램이 시각화된다. 쌀되박과 같은 오브제는 과거에 대한 회상을 더욱 심화시키며 그것이 지닌 빛 바랜 갈색은 추억의 그림자를 머금고 있다. 오브제가 갖는 즉물적 발현에 의한 매력과 골동품이 지닌 독특한 미적 감각이 잔잔한 정서를 고취시킨다.
봄을 머금은 막바지 겨울 햇살이 꽃잎 위로 생기를 불어넣듯 현재의 덧없는 순간이 삶의 매 순간을 더욱 매혹적이게 한다. 나의 작업은 찰나적으로 사라질 순간의 포착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동시에 지나가 버린 과거는 더욱 아련한 추억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떨어지는 꽃잎의 쓸쓸함이며 달밤에 외로이 피어있는 꽃잎의 대견스러움 이기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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