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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4.04.19.월~2004.04.24.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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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글 |
‘호흡이 즐겁다’ 현재 박정현은 ‘호흡이 즐겁다’라는 명제로 전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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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즐겁다’ 현재 박정현은 ‘호흡이 즐겁다’라는 명제로 전통적인 한국화 제작의 방법론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있다. 작가는 더 이상 수묵의 발색, 분채, 공기의 흐름과 빛의 강도를 감지할 수 있는 한지를 작업의 매체로 사용하지 않는다. 모필에 의한 획조차 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그는 피막 처리된 켄트지 위로 유성 물감을 떨어뜨리고 호흡의 강도를 조절하는 놀이를 통해서 우연히 번지고 흩어지는 형상들을 향유하면서, 이를 ‘가벼움에 의한 즐거움’, 혹은 ‘산만함의 문제’라 해석한다. 물감의 침투를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마치 표면 위로 스쳐 지나가듯, 소요하듯, 스스로 분산되고 응집되어 형성되는 물감의 흔적들은 예기치 않은 형상들을 서서히 분출시킨다. 즐거운 ‘호흡 놀이’에 열중한 작가의 눈앞에서 호흡에 의해 솟구치거나 번지는 선들은 서로 아우러지면서 물감 농도의 변주곡에 맞추어 춤추듯 부유하는 해초 같은 형상을 만든다. 때로는 선들이 소우주의 세계에서만 발견되는 결정체를 만들면서, 이 안에 프리즘의 영롱한 빛을 반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작가는 우연에 의한 방식이 의도적인 구축 이상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이는 이전의 작업에서 수묵의 탈색 효과를 통해 사라진 얼룩이 남기는 흔적에 천착해 온 작업 태도와도 맞물려 있다. 덧칠이 아닌 탈색이란 방식에서도, 무게를 하나씩 빼나가는 가벼움의 미학을 추구하는 작가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의도적인 선과 붓놀림에서 해방되어 오로지 놀이와 직관에만 몰두한 자유로운 작업에서 자연스레 삶의 기쁨이 녹아난다. 호흡이 즐거우니 삶 그 자체가 즐거움이요, 스스로 살아 있다는 존재의 기쁨이 넘치니 자연스레 무의식적으로 완전한 행복의 깨달음이 묻어 나온다.
숨을 불어넣기 창가에 낀 성에를 따스한 숨을 불어넣어 녹이면서 작가는 차가운 거센 겨울 공기를 가르며 부드러운 봄기운을 앞당길 줄 안다. 성에의 결정체를 통해서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고, 찰나적으로 사라지는 숨결, 즉 실존의 순간을 영구히 남기려는 작가의 욕구가 작품이란 물질로 시각화된다. 성에란 결정체가 물이란 유동체로 전환되어간다. 서서히 녹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남는 것은 살아있는 숨을 불어넣는 신체라는 질료이다. 그러나 이 질료는 그것의 속성으로 인하여 언제나 생성되고 있는 유기체로서 흐르는 물에 비유될 수 있다. 흐르는 물은 스스로를 소유하고, 녹아들고, 그리고 사라져 버린다. 작가는 화면의 네 면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힘차게 숨을 불어넣는 행위에 몰입한다. 태초에 창조주가 손수 만든 작품에 생명의 기운인 숨을 불어넣었듯이, 빙하기의 예술가들이 동굴 벽에 안료를 입으로 내뿜어서 손의 흔적을 각인하였듯이, 숨을 불어넣는 행위는 바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창조행위의 은유라 할 수 있다. 숨을 불어넣는 행위로 작가의 신체는 화면에 내밀하게 밀착된다. 작가의 긴 숨결은 하나의 점을 선의 흐름으로 변모시키고, 짧은 숨결은 하나의 점을 흩트리면서 미묘한 형상들을 창출한다. 그 결과 작가의 숨과 물감 사이의 긴밀한 상호침투로 인해 창조된 신비한 형상들이 화면 위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게 된다. 한국화의 전통에 근원을 두고도 서양화의 재료들을 실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작가의 작업 태도는 결코 하나의 거역이나 반항이 아니고 이질문화의 수용을 통한 하나의 창조적 진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절이나 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섬세하고 유연하게 진행되는, 진정한 작가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동서양의 융합을 통하여 열린 사고를 추구하는 작가의 무한한 창조 능력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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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
이번 기획전에서 박정현은 한국화의 전통 기법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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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전에서 박정현은 한국화의 전통 기법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먹과 붓을 사용하여 한지에 그리는 작업이 아닌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작가는 호흡을 이용하여 숨을 불어넣는 행위를 통해, 두터운 종이의 질감 위에 검은 유성 물감의 농담 효과로 우연히 생성되는 형상을 만들어 낸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힘찬 호흡의 변화에 몰입한 작가의 숨결이 바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이고, 이는 창조행위 그 자체의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 그 결과 작가의 숨결과 물감의 긴밀한 상호침투로 인해 창조된 형상이 화면 위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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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
한겨울 창밖을 보다 나를 발견했다. 차가운 창문에 낀 성에에서 따뜻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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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창밖을 보다 나를 발견했다. 차가운 창문에 낀 성에에서 따뜻한 나의 호흡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금새 사라지고 만다. 사라지지 않는 숨결을 표현할 수 있을까 호흡의 얼룩을 남기고 싶다. 마르코 보치니는 ?선? ?붓놀림?을 예술가의 습관과 훈련으로부터 유래하는 표현방식으로 ?얼룩?은 최초의 직관이라 했다. 나의 작업 역시 현실적이며 의도적인 ?선?이전에 ?얼룩?을 위치시켜 몽상을 한다. 숨을 쉴 때마다 변하는 얼룩농담들, 깊은 호흡으로 지워지는 여백과 내숨의 흔적, 답답하고 힘들 때 나오는 한숨이 나를 그려간다. 가벼운 얼룩이 말해주듯 나의 호흡은 가볍다. 깊은 한숨은 무거운 얼룩이 되고 즐거운 호흡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가볍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말로 느낄 수 있지만 어떤 특정한 이념이나 생각의 억압을 받지 않는 자유로움 이기에 가능하다. 무거움의 두려움도 가벼움의 즐거움도 호흡은 숨기지 못한 채 물위를 떠다니는 물감을 밀어내며 나를 얼룩지게 한다. 가벼움이 아름답고 한숨이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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