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태생의 작가는 현재 프랑스에서 거주하면서 작업하는 작가로서 쉬포르 쉬포스의 중요작가로서 자리매김 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를 위하여 내한하여 대구에서 체류하면서 전시장 벽면에 직접 Painting 작업을 하였다.

이러한 전시는 국내, 外 에서조차 거의 보기 힘든 전시로서 전시 후 벽면에 설치된 작품들은 사라지게 된다.

작가는 1997년 광주 비엔날레에도 초대 된 작가이며  현재 파리 최고의 화랑인 이봉람베르(Yvon Lambert Gallery)에서 40주년을 기념하여 개인전이 4. 27-5. 27까지 개최되고 있다.

1.

그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데 있어 노동(work)과 그리기(painting)의 의미를 함께 일괄해서 다루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은 무언가를 노동을 통해 만들어 간다는 의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며 바로 이 점에서 자신을 개념미술가들과 완전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그린다는 행위를 빼고 이야기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상상할 수 없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업은 필수적으로 신체적 존재 그 자체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작업을 할 때 승강기나 사다리 등을 타고 오르내리며 직접 작업의 일부가 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신체적 노동과 어려움을 동반하는 그의 작업은 그 자체로서의 미적 가치를 가질 뿐 아니라 대단히 정직하게 이루어진 노동의 결과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작업에 정직하게 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그의 작업은 오로지 화가의 상상력과 영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회화적 일루젼에 대항하는 것처럼 전심전력으로 정직하게 작업에 임하고 있음이다.

“회화는 역시 노동의 결과물”이라고 믿는 그는 예술의 고상함이나 예술을 위한 예술 같은 상류 부르주아지의 개념 따위를 믿지 않는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보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용어의 사용과 작업에 대한 정직한 태도를 갖게 하는 이유이다.

2.

그는 자신의 작업에는 즐거움보다는 오히려 고통이 따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다 분명하게 말한다면 첫 번째 자국을 만들어 나가고 조금씩 공간이 바뀌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이러한 즐거움은 또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 즐거움이라 한다.

그는 직접 붓을 손에 쥐고 색채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그로 하여금 자신이 예술가라기보다 화가로 더욱 느끼게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무수한 색채와 이미지의 교란 그리고 어떤 장식도 없이 붓과 몇 개의 기본 색으로도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그는 붓과 몇 개의 기본색이 갖는 단순성과 그 의미가 자신에게 자유의 한 형태인 아주 특별한 여유를 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순성은 그에게 매번 똑같은 의도 또는 아이디어의 개발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준다고 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가방 속 붓과 몇 개의 색이고 이것으로 그는 작업에 임한다.

그는 회화란 대단히 단순한 어떤 것 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회화뿐만 아니라 삶도 단순해졌을 때 좀 더 삶이 쉬워진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단순성이야 말로 삶에 다가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으며 이러한 단순함이 자신의 작업에 또 스스로의 삶에 자유를 보장한다고 믿는다.

3.

그는 작업을 함에 있어 순수하게 재료의 조건만을 고려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벽면의 표면이 작업을 하기에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신중하게 고려하되 공간에 대한 건축적 고려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그는 주어진 공간 그 자체를 받아들일 뿐 작업을 하기위해 주어진 공간에 또 다른 인공의 벽을 세우거나 벽감과 같은 이중의 공간을 만드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공간은 언제나 어떤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최소한의 것과 관계할 때 비로소 작업 속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 그는 종종 흰색의 자국을 다른 어떤 작품위에 남기기도 하는데, 이것은 그가 남기는 흰색의 자국이 아래쪽에 남겨진 작품을 보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는 어떤 작품의 경우 자신의 자국이 더해져서 본래의 작품이 더 나아 보일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업은 칠해진 부분과 남겨진 부분 사이의 관계이다.

칠해진 자국들 사이의 30센티미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대단히 많은 주의를 끈다.

이것은 아주 간단한 것인데, 그는 첫 번째 자국을 어떤 지점에 되는 대로 만들어내고 그 나머지 90%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전개되도록 공간에 맡겨둔다. 왜냐하면 그는 그의 작업이 매우 서정적인 것이라 믿기 때문에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작업의 과정을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이는 그의 자국들은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30센티미터의 정확한 거리와는 다소 빗나간 28-32센티 정도의 거리를 항상 유지하며 떨어져 있다. 이것은 칠해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서로를 자연스럽게 배려하며 위치하기에 단순히 가장 옳은 거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4.

‘그는 자신의 작업을 단순하고 평범하다고 표현한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진부하다’ 또는 ‘평범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을 잘 다듬어지고 발전되어진 계획 또는 전략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한 경계나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느 장소 또는 어디에서 어떻게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위해 절대 깊이 공부하지도 습작 드로잉을 만들지도 않는다고 한다.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작업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하여 ‘평범하다’ ‘단순한다’ 그리고 ‘규격대로다’ 라는 평가와 표현들에 무심하게 대응할 뿐이다. 그는 평범한 것 그리고 일반적인 것은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반복이란 자기증거적인 것으로 심장박동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반복없이 우리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며,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은 부정적이고 비참한 결과를 의미할 뿐이라 말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을 보는 관람자는 즉각적인 충격과 감상보다 작품과의 대면 이후에 그를 자연스럽게 감싸고 있는 현실 속의 환영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5.

작업을 이어오며 그는 점점 기본색들이 갖는 직접성과 야만성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단히 예외적으로 색을 섞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순수한 색 그대로를 작업에 사용한다. 그러면서 그는 각각의 색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하고 이것을 작업 속에서 다루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색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의미로 설명하는데, 예를 들어 서양에서는 흰색이 순결을 의미하지만 동양에서는 추모의 의미를 갖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색채는 오로지 시각적으로 보여짐으로 존재한다고 말하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회화는 언어적 표현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라 생각한다.

현대미술에 대하여 그는 동시대 미술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쟁에는 관심이 있지만, 많은 흥미로운 미술이 생산되고 있지 못한 오늘의 미술이 그 자체로서 자신의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만약 우리사회 또는 세계에 대하여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질 때 적합한 방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것을 암시하였다. 그렇지 않는 이상 전시회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그의 미술에 대한 본연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남는다.

이번 전시는 또한 한불수교 12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간의 문화교류 및 우호증진에도 크나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작가의 진지한 작업태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관심과 관람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