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명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시점은 전통적 산수화의 표현기법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그것은 오히려 주체와 대상의 ‘거리 두기’ 에 의해 양자가 이분법적으로 분리되는 세계와 매우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곽정명의 ‘산수-풍경’은 동서양의 정서가 혼융되어 있다. 작품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주된 소재가 산과 물로 대표될 만큼 그 비중이 크므로 분명 산수화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표현방식의 관점에서는 이와 달리 (서양의) ‘풍경화’ 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또한 시점상의 유사성을 고려하여 우리의 옛 지도와 비교할 때 그것에는 수맥과 산맥의 ‘흐름’이 중시되는 반면 곽정명의 작품은 전체저인 조화와 그것에 의한 심리적 안정이 중시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그녀의 작품은 ‘산수화’와 라고 규정지을 수고 없고 ‘풍경화’라고 규정지을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개개의 고유한 성격을 모두 폐기할 수도 없는 양가부정과 양가긍정상태에 놓여져 있다.
모든 재현적인 것의 속성은 거듭 되풀이 되는 사건이며 그것이 완전에 가까운 유사성으로서 재현 대상의 본디모습으로 가장하지만 그것 자체로 양자가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재현’은 그러한 동일성에 스스로를 유폐 시키지 않고 현시와 은폐의 이중성으로 쉴 새 없이 반전과 전복을 꾀함으로써 끊임없이 스스로의 자기 정체성을 부정함과 동시에 해체시킨다.
이런 점에서 곽정명의 ‘산수-풍경’에서 나타나는 모든 관점은 ‘재현’의 물체로 회귀된다. 이제 모든 것은 재현의 통로를 통과하여 스스로의 모습을 증명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 순간 까지도 하나의 가정으로서 논의해 왔던 직의 위치에 해당하는 존재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재현의 세계에서 모든 영적인 것은 육화되며 또한 모든 성스러운 것은 세속화됨으로써 비가시적인 자신의 현존을 ‘보충-대리’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