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준은 6.25가 끝난 직후부터 1960년대 초까지 약 10년 동안 마포나루, 뚝섬, 광나루 등 한강 주변과 수원, 안양 등 서울 근교를 돌아다니며 전후의 사회와 생활상을 정감 넘치는 독특한 카메라 아이로 기록했다.
그가 주로 흑백사진으로 남긴 사진들은 한국 근대사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시기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폐허화된 서울에는 아무런 일자리도 없었다. 그러나 1. 4 후퇴와 함께 북한에서 내려온 수많은 피난민과 전국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서울에는 노동력이 흘러 넘쳤고, 전후의 극도의 가난과 혼란이 빚어내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가슴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던 시기였다.
그의 사진은 결코 아름답지는 않다. 그러나 달구지 위에 쓰러지듯 누워 있는 노동자와 다리 밑에 모여 앉아 한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 길가에 앉아 ‘꿀꿀이죽’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우는 노동자,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선로를 내려다보는 노동자의 뒷모습에서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한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인왕산과 북한산, 아차산들을 멀리 뒤로한 채, 먼지를 일으키며 메마른 밭을 일구는 농부들,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가슴을 더없이 서글프게 만든다. 전쟁이나 가난과는 아랑곳 없이 강물로 뛰어든 벌거숭이 개구쟁이들은 찍은 사진에서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 나오는 것 같다.
남상준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삶의 애착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힘든 세월을 견디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긍정적인 영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실에 대한 패배와 허무의식 대신, 그들의 삶에 대한 공감과 그들의 삶을 받쳐주는 땅에 대한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다. 그것은 그의 천성이었다. 그의 사진에서 짙은 서정성과 따뜻한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갤러리카페 포스에서 기획한 남상준 사진전 시리즈는 ‘전후의 서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이어, ‘아이들의 전후’, ‘남상준의 심상’을 잇달아 전시함으로써, 한국사진사의 그늘에 묻혀있던 남상준이 함께 한 1950년대의 우리의 전후 공간을 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