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임선미를 천왕동 작업실에서 처음 대면했을 때, 작가는 칠화의 바다에 들어와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당당히 자기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의욕이 넘치는 창작인으로 변신해 있다. 대견스럽다!
우리가 칠화를 감상하려면 먼저 칠화 제작과정을 이해하여야 한다.
칠화 작업은 크게 세 과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바탕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재료는 대부분 원목을 사용하지만 이 외에도 피혁이나 마포 혹은 종이 등 다양한 재질을 사용할 수 있어 작가의 정서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때 紋理를 이용하기도 하고 배접이나 漆灰를 사용하여 바탕의 결함을 보완한 평면을 만들기도 한다.
둘은 그림작업으로서 작가의 세계를 구현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작가의 표현의도에 따라 다양한 기법이 활용된다. 이때 그리고, 바르고, 문지르고 하는 과정에서 작가와 옻칠, 선택된 재료는 한 항아리에 넣어져 숙성 되어간다. 각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性情에 따라 양보하고 상호보완 결합되어 그들의 언어를 말한다. 이러한 반복된 작업이 끝나면 칠화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아름다움인 蘚映性과 깊이감 그리고 정직성을 통한 은근함이 만들어진다.
셋은 마무리 작업으로서 광택의 조절과 보존작업이다. 일반적으로 광택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옻칠 자체가 가지고 있는 광택을 즐기기도 한다. 보존작업은 순수한 옻칠 이외에 부가 재료를 이용할 경우 입체나 평면처리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면 작가와 더 가까이 교감할 수 있으며, 작품의 현상을 통해 표현되지 않은 이면을 알 수 있게 된다. 작가 임선미도 이러한 작업과정을 통해서 작품의 분위기가 난해하지 않은 친숙한 세계를 표현한 것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간단하지 않은 제작 과정을 무리없이 소화한 것이 돋보인다.
임선미는 그의 작품에서 구성요소의 해체와 다시점을 통해 추상주의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그것을 한국적인 주제, 재료, 형태의 기묘한 변형에 에그조틱(exotic)한 장식성을 가미하여 구성하고 있다. 이 곳에 우리의 전통예술 철학의 의식을 담고 있다. 다소곳한 옻칠 바탕 위에 화사한 문양을 여인의 바램을 담은 祥서러운 문자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머리맡 장롱을 화면 속에 담아 잊혀지고 있는 우리의 포근한 옛 안방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우려내고 있다. 작가는 우리네 전통 재료를 가지고, 규방여인들이 한뜸 한뜸 자수를 하듯 우리에게 한국인의 정서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려는 아낙네의 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를 한국화단에서 이제 걸음마를 하는 칠화라는 장르를 통해 임선미는 이번 전람회를 가지고 우리 미술 문화를 풍요롭게 하려고 한다.
한 걸음 더 성큼 나선 다음 작품을 기대 하면서 그 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전시개요
젊은 작가다운 신선한 형태를 구현해내면서도 안정된 구도와 화면을 연...
젊은 작가다운 신선한 형태를 구현해내면서도 안정된 구도와 화면을 연출하며 옻칠화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임선미 작가의 개인전을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표 갤러리 (2006년6월14일(수)~6월30일(금), 02-543-7337) 에서 선보인다.
임선미 작가의 옻칠화는 정적이면서도 율동적인 화면을 구현한다. 나무에 옻칠을 하여 그 질감을 충분히 살려내고 전통적인 기법을 사용하는 듯 보이면서도 현대적인 이미지를 창출해낸다. 정적인 화면구성을 이루어 보는 관람자로 하여금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면서도 때로는 사진을 방불케 하는 파격적인 구도설정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관람자의 시선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을 갖는 그녀의 작품을 구성하는 색채 또한 절묘하다. 자연에서 창출할 수 있는 전통적인 색을 사용하면서도 현대적인 색감을 구성하여 세련미를 더한다. 임선미 작가는 언뜻 공예가처럼도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공예적이면서도 지극히 회화적인 그녀의 작품은 두 개의 아우라를 모두 형성하면서 작품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또한 임선미 작가의 작품은 반영구성을 추구한다. 영원히 남겨지는 회화로서의 의미로 옻칠화를 택한 것이다.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그의 화면처럼 그녀는 자신의 회화를 영원히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 속에.. 실제의 물질로서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