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과 배경이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는 민화적 공간의 활용은 1980년대 민중회화 작품들이 보여주는 특징적인 기법이자 최석운이라는 작가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효과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최석운의 작품에서 이미지는 작품의 내용만큼이나 밀도감이 높다. 이는 작가가 자기 주변의 인물들이나 사건들이 보여주는 일상적인 특징들을 묘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의 클로즈업처럼 이미지의(인간이 아닌) 내면적인 특성을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상상하거나 관찰한 이미지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은 오히려 더욱 현실적인 풍경이 되고, 또한 반대로 마치 현실이 아닌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풍경과 사건들의 생소함이다. 즉 우리는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행동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 오히려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드러나는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우리들 스스로 생각하는 우리 자신의 이미지는 종교적인 필연성만큼이나 운명적이고 내적인 심각성으로 무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우리의 이미지는 최석운의 그림들에서 묘사되듯이 상당히 희극적인 동시에 우리 스스로의 관점에서 볼 때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우리의 인간과 인간에 대한 이미지이자 현실적인 시각인 것이다.

        최석운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심각성을 가장하지만 어떤 특정한 상황이나 예술적 상상력에 의해 희화화되어 있다면, 반대로 개나 돼지 같은 동물들은 적절히 점잖거나 오히려 인간을 관찰하는 존재 혹은 인간들 보다 삶의 질서에 좀 더 적응을 잘하는 존재로서 묘사되고 있다. 이것은 최석운의 작품에서 다양한 종류의 인간들이 묘사되고 있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인간들 삶의 특수성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자연주의적 정서 혹은 현대적냉정함을 보여주는 단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석운은 이미지들이 가지고 있는 민화적인 소재와 형식과 더불어 인간과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현재적인 관점에서 회화의 본질에 속하는 인간 삶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