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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6.09.20.수~2006.09.26.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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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표현된 바람의 ‘韻’
작가 신서현은 나무를 사랑한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바람을 온 감각으로 느껴 자신의 피부 가득 그 기운을 재발산시키는 나무의 생명력을 사랑한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 생명력이 온전히 전해진다. 나무를 둘러싼 색채로부터, 나무를 둘러싼 운율로부터, 나무 형태로부터 전해지는 생명의 울림으로부터…… 그 생명력은 나무 자신의 것이라기보다는 우주의 기운이 모두 융합되어 표현된 것, 그 자체이다. 작가는 그러한 우주의 기운을 공기의 움직임인 바람에서 보았고 불가시적인 바람의 시각화로서 나무를 선택했다. 나무의 생명력은 바람의 생명력이고 바람의 생명력은 곧 작가가 승화시킨 자신의 숨을 고스란히 담은 삶의 울림이다.
나무는 우주의 기운을 머금은 바람을 온전히 들이 마시고 토해낸다. 푸른 소나무 기운의 성성함으로, 나무 싹의 움트는 생명력을 담은 모습으로, 바람은 형상화된다.
또 나무는 우주의 기운을 담뿍 담은 바람을 주위에 가득 머금고, 그 움직임에 따라 그 삶을 이어간다. 오색찬란한 바람 색의 향연으로 나무는 봄을 키우고, 여름을 가득 담아, 가을을 불태우고, 겨울을 맞이한다.
그리고, 또 나무는 채 못다 머금은 바람 속에 오두마니 서있다. 색들의 향연은 바람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담아 그 생명력을 돋운다. 바람은 산들산들 흐르기도 하고 먹구름을 몰고 오듯 험악하고 세차게 몰아치기도 하며 나무 주변을 흐른다.
이렇듯 느끼는 바람의 생명감은 신서현의 그림에서 나무를 둘러싼 ‘韻’의 형상화로 나타난다. ‘韻’은 음악적 율동감에서부터 예술 안에서 사물에 내재하는 본질적 생명감을 표현하고, 예술 창작자의 인격적 정신미까지도 포함하는 독특한 개념이다. 작가는 이 ‘韻’을 나무의 생명감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울림으로 형상화하였다.
‘韻’은 작위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韻’은 생동하는 것으로 작가 정신이 자유롭다는 것을 반영한다.
따라서 작가가 형상화한 “나무로 표현된 바람의 韻”은 자유로운 작가정신의 반영이, 나무의 형상성으로, 나무주위를 타고 흐르는 ‘靜中動, 動中靜’의 음악적 리듬감과 다양한 색채의 흐름으로 나타난 것이다.
오늘도 작가는 나무 주위를 둘러싼 바람의 울림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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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
: 바쁘게 뛰어가는 낙엽이 나에게 뭐라고 소리치며 저 만치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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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게 뛰어가는 낙엽이 나에게 뭐라고 소리치며 저 만치 가고 있다.
머리채를 붙들린 채 휘청거리며 춤을 추는 나무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
우우 하며 바람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되고 온 마을은 축제로 휘감긴다.
나도 그 바람결에 나를 맡기고 머리를 붙들린 채 붕 붕 떠다니고 있었다.
마침내 폭죽이 터지고 축제가 끝나갈 무렵,
한줄기 햇살이 머리에 스밀 때,
알 수 없는 환희를 느끼며 기어이 한 방울 눈물을 떨군다.
나는 가슴부터 빨갛게 물들어 버린 나무가 되었다.
나무 밑에서 갈채가 쏟아진다.
: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 무한한 그 무엇의 느낌을 만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너무나 막연해서 알 수 없는 환상을 품게 했다.
사막 같은 흰 종이가 뜨거운 태양이 되어 나를 응시해도, 나는 시원한 오아시스를 꿈꾸며 계속해서 걷고 있다.
마침내 찾은 작은 웅덩이는 숨이 막힐 것 같은 걷기를 보상해 주는 듯 했다.
잠시 쉬어갈 것이다. 그 달콤한 물 한잔을 마시며 오아시스를 자축한다.
그리고 나는 사막을 생각한다. 거친 호흡소리가 들려온다. 모래에 박힌 발자국이 저기에 있다. 저기 사막에 내가 걷고 있다.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러나 그전에 나는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나를 봐라보는 것이 자신이 없어 한 동안 그림에 집착했다. 점점 깊은 동굴 속으로 기어 들어가 몸을 숨긴 채 계속해서 그림을 그린다. 한줄기 세어 들어오는 빛이 있어, 그것은 끊임없이 그리고 칠하고를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 이였다.
: 나는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림이 나를 애증으로 옭아 멜 때, 음악은 넓은 들판이 되어 갈색 말을 자유롭게 풀어 준다. 음악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청각으로 들어와서 오감을 깨우는 음악이라는 본질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했다.
음악이나 그림이나 모두 나의 오감 안에서 서로 교차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서로 조화롭고 호흥하며 끊임없이 흐르면서 파장을 만든다.
한지에 물성이 스밀 때 새로운 생명의 모습으로 발현된다. 한지 위로 지나가는 붓질의 행위는 영혼과 동시성을 지닌다. 그림 그리기의 행위는 혼돈 속에서도 나의 모습으로 표현되어지고 있었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비가시적인 바람의 연주는 나무를 통해서 그 모습을 나타낸다. 나무는 단지 리듬의 결을 담는 그릇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나무의 형상을 넘어 요동치듯 생동하는 운율을 그리고 싶었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리듬의 작용은 즉흥의 변화를 만들며 연緣의 법칙을 세운다.
실타래 같은 혼돈 속에서 수많은 리듬을 본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측불허이지만 언제나 그 나름의 리듬을 만드는 생활을 발견한다.
오늘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저만치 춤을 추며 지나간다. 내일 저 나무를 빨갛게 물들일 것이다. 나무는 형형색색 환희를 뿜어낸다
나는 나무의 모습이 되어 불어오는 바람을 품고, 카오스의 즉흥연주에 홀려 있는 집시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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