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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식의 작품에는 서양적인 논리와 구조적인 조형력은 없으나 인간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상한 힘이 있다. 그것은 그가 걸어온 고고한 인생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고적감을 나타내며, 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내재된 정신세계의 문으로 인도하고 보는 사람까지도 조용하며 깊은 세계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작품이 상징하고 있는 것이 태양이 아닌, 즉 달빛에 의해 투영된 음여의 세계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동양에는 원래 달을 사랑하는 예로부터의 풍습이 있는데, 동란시대를 살아온 곽인식이 자기주변을 탐색하면서 근원에 접근하고자 했던 것을 작품 속에 엿 볼 수 있다. 화지위에 쌓아올린 색면의 구조는 섬세하고 보는 사람의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설득력이 있다. 그것은 물질과 생명의 요동을 색면에 의해 표현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차원의 세계를 이탈하여 대단히 매력적인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경성/석남미술관 관장)
곽인식이 묘사하는 회화는 개별성이 집적한 전체의 층을 무작위로 frame한 어떤 퍼짐의 기억(흔적)을 담고 있다. frame(tableau)은 그것에 의해 모티브를 규정하는 무엇이 아니고, 결과로서 frame 될 수 밖에 없는 그늘을 남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곽인식의 감각과 지향성의 전용은 언제나 가방 속에 작은 돌을 넣고 항상 그것과 접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과 같이 형식적인 결과를 남기면서도 그러한 관점에서는 거리가 먼 실재의 모습을 계속 찾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타니아라타/ 우도궁미술관장)
이번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특별전으로 제 4회 광주비엔날레를 기념하여 개최되는 "곽인식의 세계"전은 하정웅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것이기에 더욱 의미있고 자연스럽게 마련될 수 있었다. 재일 한국인 2세로, 한국인이라는 긍지를 갖고 살아온 하정웅선생은 젊은 시절부터 정성을 들여 수집한 자식과 같은 작품 683점을 1, 2차에 걸쳐 기증한 바 있다. 현재 미술관에 보관된 또다른 작품들은 3차로 기증할 예정이다. 하정웅 컬렉션이 담고 있는 내용적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기도의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미술관 명예관장이신 하정웅선생은 이번 전시를 위해 곽인식에 대한 귀한 자료들과 함께 300점의 드로잉과 판화21점을 새로 보내주셨다. 그 외 곽인식의 20여점의 유물(작업도구)과 사진 등도 전시되도록 힘써주셨다. 1950년대에 그려진 300점의 스케치 작품들은 곽인식 선생의 작업을 도우면서 아들같이 지냈던 우에다 유조 선생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으로, 하정웅 선생이 발견하여 그분으로부터 기증받았고 하정웅 컬렉션에 포함될 것이다.
(김종주/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원)
나와 곽인식의 만남은 아직은 내가 다마 미술대학생일 때(1975년)에 오사카 포름화랑/동경점에서 동향의 화가, 스즈키 요시노리 의 소개에 의한 것이었다. 그후, 곽인식이 긴 투병에서 죽을 때까지의 13년 간, 나는 매일처럼 아틀리에 청소와 뜰 청소, 다마 강의 돌 좁기, 화지작품 붙이기, 도자기 제작, 판화작품 제작의 도움을 주었다. 곽인식의 자택 겸 아틀리에는 동경의 서쪽에 위치한 이나기시에 있고,(중략)... 예술이라고 하는 자유로운 사상은 많은 일본,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계승되어 맥맥히 살아있는 것이다. 점을 계속 찍었던 곽인식의 생애는 고독이긴 했지만, 그래도 곽인식은 한국의 땅이 아닌 일본의 땅에서, 사랑하는 아내인 오마타 사토코 옆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선택하는 데서 영원한 안식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곳에 우연히 남겨진 진홍색의 점은, 틀림없는 곽인식의 말과 중복된다. "점은 점을 부르고, 점이 겹쳐지고 점을 찍는 것에서 초월한다." 곽인식은 점을 찍는 것에서 죽음을 초월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우에다 유조/갤러리Q관장(동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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