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목어(木魚) 소리가 들릴 듯 산사가람(山寺伽藍), 혹은 적요한 산간의 정자누각(亭字樓閣), 거기에 도사연(道士然) 한 사람이 홀로 앉아 묵상을 즐기는 무심경(無心境), 또는 삼매(三昧)에 빠져 있다. 이것이 그림의 주제이다. 전국의 삼매도량(三昧道場)과 인적 없는 곳의 처소를 두루 다 섭렵한 듯한 일관된 연작의 작품세계를 내뵌다. 또는 한가로이 뜬 나룻배나 나무 아래, 암반 위의 좌상(坐像)도 더러 보인다. 인물의 점경은 삭제되고 고옥(古屋)만 덩그렇게 그려진 그림도 있다.
이 화가의 근작 작품세계에 있어서의 가장 주된 근간은 탈속(脫俗)과 달관(達觀)의 정적미(靜寂美)에 침잠해 들어가는 것이다. 속세의 일상사로부터 탈출하여 무위자연(無爲自然)에 복귀하려는 생각은 그 내력을 멀리 노장(老莊)사상으로까지 소급해 올라 갈수 있겠는데, 화가는 내심적으로 그와 같은 무심경(無心境)의 상태를 희구하는 것 같다. 그와 같은 무욕(無慾)의 파라다이스를 작품을 통해서나마 성취시키려는 염원이 엿보인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이 화가의 작품을 접하면 어쩔 수 없이 요순(堯舜) 시대로 까지 시간과 공간에 있어서의 의식의 차원을 넘어서야 하는 부담감 같은 것을 갖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