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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지 못한 형상들 - 황 옥 련 (미술이론) -
들꽃은 어김없이 올해도 새순을 틔운다. 그들을 바라보면,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에 걸맞게 재미있는 이름을 잘도 지었다. 오이 냄새가 나면 오이풀이고, 줄기를 자르면 노란 물이 나온다고 애기 똥풀이 되었다. 이렇게 닮았기에 들꽃은 어울리는 이름을 얻었다. 닮았다는 것은 또 다른 생각의 갈래도 열어간다. 호수처럼 넓은 마음도 호수의 형상을 떠올리는 마음을 열어 간다. 그런데 닮음이 막다른 골목에 치달은 시대가 있었다. 닮았다는 것을 포기하는 표현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예술에서 현대의 시대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닮은 것을 표현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닮게 표현하지 않은 것이 더 아름답다는 쪽을 선택한 시대의 정신이 있었던 것이다.
닮지 않은 형상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미술작품에 있어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접해 있다. 전원의 풍경을 묘사한 한 점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것에 익숙한 관객은 이 이름 지을 수 없는, 즉 닮지 않은 형상을 감상하는 데는 익숙하지 못해 서먹함을 지울 수 없다. 그럴 것이 작품에는 제목도 없다. 형상은 보이는 데 도저히 무엇을 닮았는지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감상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작품의 감상에서 닮은 형상을 연관짓지 않는 다른 감상의 방법을 찾아야 문제는 해결이 된다. 어떤 작가는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새>라는 제목을 붙여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닮지 않은 형상을 만들어 놓고, 닮은 형상의 이름을 제목으로 붙였기 때문에 관객은 새가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찾다가 픽 웃고는 지나가 버린다. 닮은 형상과 닮은 제목의 이름을 붙이면 간단한 일인데, 닮지 않은 형상인데 어떤 사물의 이름을 붙이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웃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현대의 미술품은 이렇게 작가가 제시하는 어떤 게임 속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것 같다. 오늘 서영주의 전시도 어떤 게임으로의 초대라고 생각해 보자. 닮음의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을까? 이것이 예술인가 아닌가? 또, 우리에게 피씩 웃을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어떤 진정한 쾌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작품인가? 이것이 풀어야 할 게임이다. 나는 이렇게 서영주의 작품 전시장을 찾는 관객에게 이런 질문을 가져보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적는다. 예술로의 초대라는 전시, 무엇과도 닮지 않았기에 그는 우선 현대미술을 시도한다. 작품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닮음에 따라 이름을 지을 수 있는 그런 형상이 아니다. 어떤 것은 바닥에 엎드려 있고, 어떤 것은 여기저기 서서, 처음으로 만나는 낯선 풍경이 되어 우리를 인도한다. 처음으로 접하는 풍경이기에 그만의 흔적이 남겨졌다. 그는 이 풍경의 체험을 건조한 사막에 이는 바람의 상태 같다고 한다. 고운 흙이 아니라 분쇄된 작은 알갱이가 반짝이고, 높은 온도의 불길이 만들어 낸 신비로운 리듬도 형상의 표면을 흐른다.
결국 그가 표현하고자 한 형상은 이름을 찾지는 못했지만 어떤 바람의 상태가 만들어 낸 형상이 되었다. 하나의 형상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바람의 상태는 이것과 저것이 상응하여 유기적 생명의 공간으로서의 완성된 바람이 되었다. 그리고 사물을 닮지 못해도 이 공간 울림은 진정한 아름다운 쾌감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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